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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18 피사의 사탑, 그리고 피사 증후군 (Pisa syndrome) 3

이태리 서부 토스카나 지방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빼 놓을 수 없는 장소, 피사의 사탑!
원래 피사라는 곳의 피사 대성당의 종루로 건설되었지만, 지반 침하고 인해서 점점 기울어 버린...
부실 건축물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가 있으나...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낙하 실험으로 과학사에 큰 획을 그은 건물이면서,
이태리 관광의 대표적인 명물로 떠 오른 아이러니를 간직한 건물이기도 하다.

신경과에서 주로 다루는 병적 상태 중에서도 이 건물(엄밀히 말하면 건물보다는 지명이지만)의 이름을 딴 피사 증후군(Pisa syndrome)이라는 상태가 있는데, 이 건물과 같이 몸이 한 쪽으로 기우뚱하게 기울어 버리는 병이다.

이는 척추의 관절과는 관계가 없이 근육의 이긴장증으로 나타나는 현상인데, 오늘은 내가 경험한 피사 증후군 중에서 상당히 드문 경우에 대해서 얘기해 볼까 한다.


일반적인 경우
1. 대개의 경우 피사증후군은 나이가 많은 환자들에게서 흔히 발생하며
2. 행동장애나 망상, 환각 등을 조절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할로페리돌과 같은 신경이완제와 연관되어서 잘 나타나며
3. 드물게는 치매 약제 단독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얘기들을 한다.


내가 경험한 환자의 경우
1. 23세의 젊은 남자 환자로서 
2. 신경이완제 등과는 전혀 관계가 없이 항경련제만 두 가지 복용하고 있던 환자였으며
3. 다른 약제는 전혀 복용하고 있지 않는 상태였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싶어서 저널을 검색해 보았더니,
이 환자가 복용하던 carbamazepine, valproic acid 모두 피사 증후군을 유발한 증례들이 있었다.


피사 증후군은 치료가 쉽지만은 않지만, 일단 치료를 시작하였다.
이제 치료를 시작한지 약 일 주일 정도 되었고, 환자가 병원에 다시 진료를 받으러 올 날이 다 되어 가는데,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하고, 또한 걱정스런 마음도 있다.


너무나 적절하게 표현한 이름이지만,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이름
과연 처음에 누가 이 고약한 상태에 대해서 여행의 낭만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피사 증후군이라고 불렀는지는 모르겠지만, 처음 부르기 시작한 사람의 위트에 감동하면서도, 멋대가리 없는 아픔과 멋들어진 여행지의 모습이 너무 어울리지 않아서 아이러니컬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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