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증세


- 로버트 그레이브스 -



사랑은 온몸으로 퍼지는 편두통
이성을 흐리게 하며
시야를 가리는 찬란한 얼룩

진정한 사랑의 증세는
몸이 여위고, 질투를 하고,
늦은 새벽을 맞이하는것.

예감과 악몽 또한 사랑의 증상
노크소리에 귀 기울이고
무언가 징표를 기다리는

어두워진 방에서
그녀 손가락의 감촉과
탐색의 눈길을 기다리는 것

용기를 가져라, 사랑에 빠진이여!
그녀의 손이 아니라면
너 어찌 그 비통함을 견딜 수 있으랴?


Love is universal migraine,
A bright stain on the vision
Blotting out reason.

Symptoms of true love
Are leanness, jealousy,
Laggard dawns,

Are omens and nightmares-
Listening for a knock,
Waiting for a sign

For a touch of her fingers
In a darkened room,
For a searching look.

Take courage, lover!
Could you endure such pain
At any hand but her?



시인은 본인이 심한 편두통을 겪었던 것 같습니다.

편두통의 발작기에는 만사가 귀찮고, 정신이 흐리멍텅해지고,,

편두통은 두통 시작 전에 시야 장애나 시각 장애가 동반되기도 합니다.

빛, 소리 또는 냄새에 예민한 경우가 많으며,

깜깜한 방에 누워 있는 것을 편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편두통은 무척이나 괴롭고 참기 어려운 병이지만,

시인은 그 고통마저도 이렇게 멋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켰네요.


저 또한 편두통 환자인지라, 그 고통이 너무도 절실히 와 닿습니다.


많은 편두통 환자들이 두통으로 고생하고 있으시지만,

가끔은 그 고통마저도 아름답게 묘사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만은 꼭 간직하시기를 바랍니다.


경산 하양맑은신경과가 응원하고 도와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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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리멤버 - 아들의 전쟁'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더군요.

주인공 서진우(유승호 분)는 과잉기억증후군이라는 생소한 병을 앓는 변호사로 나옵니다.

거의 모든 일을 다 기억한다는 과잉기억증후군이라는 병은 과연 있을까요?

있다면 어떤 병일까요?


경산 하양맑은신경과와 함께 알아 봅시다.

2006년 UC Irvine의 연구팀은 흥미로운 case를 발표하였습니다.

AJ라고 불리는 여자 환자는 14살 이후 자신 주위에서 벌어진 거의 모든 일들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특정한 날짜를 제시하면 그 날의 날씨는 어떠했는지, 식사는 무엇을 했는지,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등에 대해서까지 완벽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과연 이런 능력은 축복일까요?

하지만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는 그녀의 능력이 항상 축복이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질 프라이스라는 본명으로 자전적인 에세이를 출간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책에서 보면 어린의 상처, 남편을 잃은 기억, 그 외 각종 떠올리기 싫은 기억들이 그녀를 괴롭혔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축복이자 저주라고 하였습니다.

그녀는 어린 시절의 세세한 기억들을 떠올릴 수 있는 능력을 가졌지만, 그로 인해서 상당한 괴로움을 받고 있었지만, 이로 인해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자유를 오히려 잃어버렸습니다.

지금까지의 환자들 case를 볼 때 불행히도 과잉기억증후군 환자들이 특출나게 능력을 보이는 부분은 자서전적 기억에 국한되는 것 같습니다.

이 분들은 학습적 기억에 있어서 특출난 능력을 보이지도 않고, 다른 인지기능에 있어서도 빼어난 능력을 보이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자신과 연관된 과거의 기억 외에는 학습적으로 뛰어난 능력을 보여 줄 수가 없었습니다.

양쪽 측두엽을 모두 기억에 사용하는 것 같다는 가설, 뇌 MRI에서 해마를 포함한 측두엽과 꼬리핵이 많이 발달했다는 결과 등이 발표된 적은 있지만, 이를 통해서 과잉기억증후군을 모두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앞으로 연구가 진행되면 점차로 밝혀지겠지만, 아직까지는 뇌의 신비한 능력 또는 신비한 질병으로 남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리멤버 - 아들의 전쟁은 참 독특한 소재를 가지고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서진우 변호사를 통해 전개될 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과잉기억증후군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지 기억장애 환자들을 진료하는 의사의 입장에서도 참 흥미로운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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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토요일, 오늘은 일요일... 늦잠 좀 주무시고 피로는 푸셨는지요?


그런데 아래의 연구에 보면 오히려 주말에 몰아서 잠을 자는 것은 피로 회복에 더 안 좋은 결과를 보인다고 합니다. (링크를 눌러서 확인하세요)


http://m.media.daum.net/m/life/health/wellness/newsview?newsId=20150718123905826


그런데, 내 몸이 느끼기에는 주말에라도 늦잠을 자고 나면 좀 나은 것 같다는 분들 많으시죠?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위의 연구가 미국에서 진행된 연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도시 성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에 미치지 못 합니다. 권장되는 하루 8-9시간에 비해 턱없이 짧은 시간이며, 수면 부족으로는 일본과 1-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말에 몰아서 잔다고 느끼는 수면의 시간조차도 권장수면시간에 미치지 못 한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 저 연구가 진행된 미국의 경우 평균 수면 시간이 8시간을 넘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후 10시가 되면 잠자리에 드는 그런 나라입니다.)

따라서 주말 늦잠으로 이해 약간은 수면리듬이 깨지는 문제가 생긴다고 하더라고, 피로 회복에는 아주 도움이 되는 것이죠...

가끔은 외국의 연구 결과가 우리나라 사정과는 너무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건강 생각하신다면... 주말에 한 번 쯤은 늦잠을 주무시기를 경산 하양맑은신경과에서는 권해 드립니다.
그리고, 가장 좋은 방법은~ 평소 10시 드라마가 끝나면 꼭 주무시도록 하세요~~

심야예능까지 다 보고 주무시면 잠이 모자라게 됩니다~~


(사용된 삽화는 대한신경과학회 홈페이지에서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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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으로 경산 하양맑은신경과를 찾아 오시는 많은 환자분들~

꼼꼼히 상담해 보면 그 이유도 다양합니다.

 


급성 불면증, 만성 불면증, 주관적 불면증, 우울/불안장애에 의한 불면증, 수면위생 불량에 따른 불면증, 약물에 의한 불면증 등등...

 

이 중 주관적 불면증의 경우 환자들은 심한 불면증을 호소하지만 실제로 이로 인한 낮시간의 활동에 많은 지장이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환자분들은 불면증을 호소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질병으로 분류되는 하루주기 리듬 수면장애라고 있는데, 이는 각성-수면리듬이 당겨져서 잠에 일찍 들고 일찍 깨는 수면위상 전진장애, 각성-수면리듬이 밀려서 잠에 늦게 들고 늦게 깨는 수면위상 지연장애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중 수면위상 지연장애 환자들을 불면증으로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또한 병적 상태로 분류하기에는 애매한 단기간 수면자(항상 짧은 수면이 습관화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낮시간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상태)들도 밤시간에 잠이 잘 들지 않는 것 자체가 괴로워서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잠이 모자라서 병원을 찾아 가면 가장 흔히 듣는 얘기가 "수면제는 계속 먹으면 해로우니 꼭 필요할 때만 복용하라"입니다.

그러면, 수면제 없이 어떻게 잠을 해결해야 하나요?

환자들의 주된 문제에 대해서는 하나도 해결된 것이 없습니다.

 


급성/만성 불면증의 경우 당연히 약간의 수면제 처방이 필요할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급성 불면증은 불면의 원인에 대한 철저한 해결이 필요합니다.

 

주관적 불면증은 수면제가 필요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며, 생활습관을 조금만 교정해 주면 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리적/정서적 장애와 동반된 불면증은 이에 대한 치료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며,

 

약물에 의한 불면증을 파악하기 위해 기존에 복용하는 약물에 대한 파악은 가장 기본적입니다.

 

수면위상 지연장애의 경우 일주기리듬을 정상적인 상태로 돌려 놓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초기에는 무조건 기상 시간을 조금씩 당기는 것부터 시작해서 하루의 생활에 대한 개조가 필요합니다.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단기간 수면자들의 경우 꼭 치료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밤에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지에 대해서 환자 스스로 찾는 노력은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무조건 잠자리에 들어서 멀뚱거리고 있는 것은 오히려 수면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수면장애는 정확한 진단이 필수입니다.

수면제는 환자에 따라서 해로운 경우도, 필요한 경우도 있으며, 우선 정확히 파악하고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점점 날씨가 더워지는 요즘, 더이상 불면의 밤으로 고통받지 않으시도록 경산 하양맑은신경과에서 알려 드렸습니다.

 

 

(하양맑은신경과는 수면일지, 수면척도검사, 우울/불안척도검사, 각성-수면 활동도검사 등으로 수면장애를 진단하고 치료합니다.)

 

 

- 사용된 이미지는 대한신경과학회 http://www.neuro.or.kr 에서 인용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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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맑은신경과 원장 이상원입니다.

 

날씨가 더워지니까 문득 bain freeze라고 부르는 아이스크림 두통에 대해서 알려 드리고 싶어지네요.

 

작년인가 재작년부터 열풍처럼 전국을 강타한 밀크빙수... 0빙, 0설공주 등등 종류도 참 많더군요.

이게 양이 제법 많아서 혼자서 다 먹기보다는 두 명이서 나눠 먹기도 합니다.

귀여운 꼬마 둘이서, 또는 사이좋은 연인이 한 그릇을 나눠 먹다가 보면 조금이라도 많이 먹기 위해서 점점 가속도가 붙게 되고, 그러다 보면 앞머리가 띵~하게 아파 오기 시작합니다.

 

 



동네 슈퍼를 가도 손님의 선택을 받기 위해,

손님의 더위를 식혀 주기 위해,

손님의 머리를 아프게 하기 위해...

수많은 아이스크림이 이렇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왜 차가운 음식을 먹으면 머리가 아파올까요?

이는 두 가지 가설로 설명할 수 있는데, 갑작스런 차가운 자극으로 인해 쪽 머리 혈관이 확장하기 때문에 두통이 발생한다는 가설과 혀 및에서 삼차신경이 자극되면서 두통이 발생한다는 가설입니다.

 

어떤 가설이 맞든, 또는 두 가지 가설이 모두 맞든, 두 가설 모두가 틀리든 상관 없이 가장 중요하게 아셔야 하는 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원인에 상관 없이 아이스크림으로 인해 발생하는 두통은 위험한 신호는 아니라는 점!

두 번째는 천천히 먹으면 머리가 안 아프다는 점!

세 번째로는 빨리 먹다가 갑자기 두통이 생겨서 잠시 쉬면 다른 사람보다 적게 먹게 되는 수가 있으니, 함께 먹을 때는 머리가 안 아플만큼만 빨리 드셔야 한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아이스크림 두통으로 하양맑은신경과에 안 오셔도 됩니다. 그냥 저절도 낫는 두통이고, 발생하는 것도 정상적입니다.

 

아이스크림 두통, 아셨죠?

이젠 정말 맛있는 아이스크림은 문 잠궈 두고 혼자서 천천히 드시면서 무더운 여름 잘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5월에 왠 무더운 여름이야기를 하냐면요... 경산, 대구는 벌써 30도를 넘은 적도 있기 때문입니다.

카카오톡에서 @하양맑은신경과를 검색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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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평생을 건강히 잘 살았다고 축하하는 잔치를 열었던 회갑이라는 행사는 이제 좀 보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조선시대 평민들의 평균 수명이 40세, 임금들의 평균 수명이 44세였다고 하니까 당시에는 60세까지 산다는 것이 대단한 축복이었겠지만, 오늘날의 평균 수명은 나날이 늘어나 우리나라 1971년생의 기대 수명이 남자는 91세, 여자는 96세라고 하니 이제 백평생이라는 말이 정말 실감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이처럼 인간의 수명이 연장되면서 생기는 문제점도 없지는 않으니, 그 중에는 노후의 경제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건강한 노년 생활에 대한 문제들, 그 중에서도 아직까지도 정복되지 못한 치매를 가장 중요한 질병으로 생각할 수 있겠다.


기원전 4세기 그리스의 역사학자 크소포논이 “언제부터인가 머리가 무뎌지고 배우는 속도가 느려진다”고 한탄했다는 자료와 구약성서 전도서에 “아이든 아버지가 기억력이 떨어지더라도 화내지 말라”고 아들에게 가르치는 대목에서 보는 것처럼 6,000년 전부터 치매에 대한 증상들은 잘 기술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치매는 나이가 들면 당연히 생기는 증상이 아니라 나이가 들어가면서 일부에서만 생기는 병적인 현상임을 알아야 한다.


치매는 그 종류가 다양하여 나타나는 증상들도 조금씩 차이를 보이게 되지만,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은 거의 모든 치매에서 보이는 공통적인 증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증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외에도 계산력의 장애, 시간과 장소에 대한 인지능력의 저하, 성격 및 감정의 변화, 적절한 표현 능력의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사회생활, 가정생활의 장애를 보이게 되며, 점차로 진행하면 밤낮이 바뀌거나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며, 눈에 헛것이 보이거나 헛소리가 들리는 증상들도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결국에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게 되고, 어떠한 의사 표현도 못 하는 상황에서 침상에 누워서만 지내게 된다.

몇 가지 종류의 치매는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를 시작하면 완치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불행히도 아직 대부분의 치매는 병을 완치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다만 병의 진행을 완화시키는 약제들은 많이 개발이 되어 있는 상태이고, 특히나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더욱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혹시나 치료가 가능한 치매는 아닌지에 대한 충분한 검사가 필요하며, 비록 완치가 불가능한 경우라도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 치매에 대한 인식은 너무나도 낮은 것이 현실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치매의 조기 발견을 위해서 정부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을 보면서 신경과 의사의 입장에서는 대한민국도 굉장히 괜찮은 나라라는 생각은 들지만, 조기발견, 조기치료가 정부와 신경과학회, 치매학회 등 유관기관의 노력만으로는 이루어질 수는 없으므로 가족들의 관심이 각별히 필요하다.


도대체 왜 치매 환자들의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을까?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것으로 나름 판단하고 있는데, 첫 번째는 아직도 치매를 나이가 들면서 당연히 생기는 현상으로 생각하고 그냥 방치하는 것을 들 수 있을 것 같고, 두 번째는 치매의 증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가족들이 치매에 대해서 잘 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을 몇 가지만 언급하면, 가장 중요한 것은 최근의 가까운 기억이 소실되었지만 과거의 일을 잘 기억하는 것을 단순한 건망증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초기 증상의 경우 최근의 기억들, 예를 들면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은 잊어버리면서도 과거 기억은 기가 막히게 잘 보존이 되어 있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다.

두 번째로 어르신들의 성격 변화를 지극히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치매의 진단을 늦추는 요인이 된다. 예를 들면 우울한 기분을 많이 느끼는 경우에도 부부가 사별하거나 자식들을 출가시키거나 직장에서 은퇴한 일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치부해 버리면서 치매의 증상임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를 참 많이 볼 수 있다.

이런 작은 변화들만 빨리 알아차린다면 조기에 치매 치료를 시작해서 보다 오랜 기간동안 정상에 가까운 생활을 하실 수 있는 환자들이 많은데, 사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상당히 병이 진행한 상태에서 병원을 찾는다는 것은 신경과 의사로서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솔직히 보호자들이 참 밉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추석이 지났다. 난 고향에 가서 몇 달만에 뵙는 양가 부모님들과 대화하면서도 직업병처럼 뭔가 이상한 부분은 없는지를 살펴 보았다. 물론 부모님들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하게...

사실 자식들이 치매가 의심스러우니 병원을 가 보자고 말씀드리면 부모님들의 거부반응은 당연하다고도 볼 수 있다. 우선 가족들은 혹시 대화 도중 조금 이상한 부분은 없는지 파악하고 혹시나 치매에 대한 약간의 의심이라도 생기면 어떤 다른 병에 대한 핑계로라도 병원으로 모시고 오시면 된다.
환자가 치매에 대한 검사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은 의사의 몫이니...



치매 치료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 한 가지..
대한민국은 치매 치료에 있어서 많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차이는 있지만, 많은 경우 치매 약제비는 1년에 30만원까지 정부에서 지원이 되므로, 가족들의 부담은 거의 없다는 사실!!  


  - 강남병원 신경과 이상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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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좋아하는 겨울이 돌아왔다.
11월만 되면 벌써 마음은 스키장으로 떠나 있을만큼 나는 스노보드를 즐긴다.

주중에는 야간스키를, 주말에는 토, 일요일 이틀을 스키장에서 살다시피 하기를 몇 년째니까 제법 매니아라고 할 만 한 것 같다.

그러나...
스키장에서는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너무 위험하다.
자신의 실력을 과신해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도 그렇고,
실력에 맞지 않게 무조건 상급 코스를 타는 초보자들도 그렇다.
무엇보다도...
보호장비를 잘 갖추지 않고서 스키나 보드를 즐기는 무모한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남자나 여자나 이쁘게 잘 차려 입은 꽃보더들이 넘쳐나는데, 왜 안전을 위한 장비는 그렇게 소홀하게 생각들을 하는지...

스키를 타다가 뒤에서 오는 사람과 부딪혀 넘어진 후 한동안 정신을 잃었던 환자의 CT 사진이다.

화살표로 표시한 부분의 하얗게 보이는 부분이 뇌출혈이 발생한 부분인데, 경막하혈종과 거미막하출혈이 함께 발생한 듯 하다.

이 환자는 오늘 강남병원에 입원하였으며, 약물치료가 대략 3주 정도 필요하지 않을까 예상된다.










스노보드의 매력에 푹 빠져서 트릭을 열심히 연마하던 환자인데, 갑작스럽게 중심을 잃고 넘어진 후 팔과 손에 전기가 오는 듯한 느낌을 격심하게 느낀 환자인데...

화살표로 표시된 부분이 추간판탈출증이 생긴 부분이다.

2년 전 겨울에 처음 추간판탈출증(디스크)이 생긴 환자인데, 작년에도, 올해도 보드를 타다가 다쳐서 입원을 반복하고 있다.

몇 번을 더이상 다치면 위험하다고 만류를 하는데도 겨울스포츠를 끊지를 못하니...





고글, 장갑, 헬멧, 무릎보호대, 엉덩이보호대, 손목보호대 등은 기본 중 기본으로 갖춰야 할 장비들이다.

제발 꽃보더, 꽃스키어 욕심을 버리고 보호장비에 더 많이 투자해 주시길...
그리고 제발 좀 안전하게들 즐기시길...

이쁜 옷, 멋진 옷보다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차림새와 마음씨가 스키장의 꽃이 되는 길임을 꼭 명심해 줬으면 좋겠다.


참고로, 나는 2년 전에 영남에서 가장 큰 보드동호회 회장을 했던 사람이니까 진료실에만 앉아 있는 꽉 막힌 사람으로 생각하지는 말아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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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강남병원 신경과 이상원입니다. 
오늘은 치매 예방에 좋은 식습관에 대해서 알려 드리겠습니다.

잘 읽어 보시고, 식습관을 바꿔 보도록 합니다.
(저도 참 많은 부분들을 바꿔야 할 것 같아서 괴롭습니다만, 우리 서서히 개선해 보도록 합시다.)

생선 섭취
-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합니다.
- 특히 정어리, 참치, 고등어, 꽁치, 삼치, 연어 등이 좋습니다.
  (저는 고등어 알레르기가 있는데, 참 큰일입니다.
   그리고 비릿내를 정말 싫어하는데... 그래서 참치를 많이 먹겠습니다.)
- 치매에 걸릴 확률이 60% 낮습니다.

채소와 과일
- 녹황색 채소와 과일
에는 비타민을 포함한 항산화물질이 풍부합니다.
  (저는 술집 과일 안주 아니면 과일을 잘 안 먹는데... 오늘부터 열심히 먹겠습니다.)
- 치매에 걸릴 확률이 30% 낮습니다.

우유
- 우유 속의 칼슘은 신경기능을 조절합니다.
  (우유는 애들만 마시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바꿔야겠습니다.)
-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릴 위험이 65% 낮아집니다.

수분
- 물을 충분히
- 녹차, 커피도 좋습니다.
  (요거 하나는 자신이 있네요...)
- 과일, 야채 주스도 좋습니다.

비타민제
- 비타민 E (토코페롤), 비타민 C, 엽산
  (알약 하나 먹는 것은 비교적 편한 일이죠...)

육류 섭취 제한
- 육류의 기름에는 포화지방이 너무 많습니다.
- 포화지방은 인지기능을 감퇴시킵니다.
- 맛있는 삼겹살은 이제 안녕~~
   (한없이 슬퍼집니다만... 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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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 서부 토스카나 지방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빼 놓을 수 없는 장소, 피사의 사탑!
원래 피사라는 곳의 피사 대성당의 종루로 건설되었지만, 지반 침하고 인해서 점점 기울어 버린...
부실 건축물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가 있으나...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낙하 실험으로 과학사에 큰 획을 그은 건물이면서,
이태리 관광의 대표적인 명물로 떠 오른 아이러니를 간직한 건물이기도 하다.

신경과에서 주로 다루는 병적 상태 중에서도 이 건물(엄밀히 말하면 건물보다는 지명이지만)의 이름을 딴 피사 증후군(Pisa syndrome)이라는 상태가 있는데, 이 건물과 같이 몸이 한 쪽으로 기우뚱하게 기울어 버리는 병이다.

이는 척추의 관절과는 관계가 없이 근육의 이긴장증으로 나타나는 현상인데, 오늘은 내가 경험한 피사 증후군 중에서 상당히 드문 경우에 대해서 얘기해 볼까 한다.


일반적인 경우
1. 대개의 경우 피사증후군은 나이가 많은 환자들에게서 흔히 발생하며
2. 행동장애나 망상, 환각 등을 조절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할로페리돌과 같은 신경이완제와 연관되어서 잘 나타나며
3. 드물게는 치매 약제 단독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얘기들을 한다.


내가 경험한 환자의 경우
1. 23세의 젊은 남자 환자로서 
2. 신경이완제 등과는 전혀 관계가 없이 항경련제만 두 가지 복용하고 있던 환자였으며
3. 다른 약제는 전혀 복용하고 있지 않는 상태였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싶어서 저널을 검색해 보았더니,
이 환자가 복용하던 carbamazepine, valproic acid 모두 피사 증후군을 유발한 증례들이 있었다.


피사 증후군은 치료가 쉽지만은 않지만, 일단 치료를 시작하였다.
이제 치료를 시작한지 약 일 주일 정도 되었고, 환자가 병원에 다시 진료를 받으러 올 날이 다 되어 가는데,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하고, 또한 걱정스런 마음도 있다.


너무나 적절하게 표현한 이름이지만,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이름
과연 처음에 누가 이 고약한 상태에 대해서 여행의 낭만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피사 증후군이라고 불렀는지는 모르겠지만, 처음 부르기 시작한 사람의 위트에 감동하면서도, 멋대가리 없는 아픔과 멋들어진 여행지의 모습이 너무 어울리지 않아서 아이러니컬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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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와인을 참 좋아한다.

그러나, 가끔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와인이 나를 괴롭게 만들기도 하는데, 내가 바로 편두통 환자이기 때문이다.
(신경과 의사도 본인의 편두통을 막을 수는 없다)

레드 와인을 마셔 보면 쌉싸름하고 떨떠름한 맛을 느낄 수가 있는데, 와인을 즐기지 않는 분들은 이 맛 때문에 상당히 와인에 다가가기 어렵지만, 와인에 맛을 들인 사람들이 자꾸 와인잔에 손을 가져 가는 이유도 바로 이 맛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맛의 정체가 바로 탄닌(tannin)이라는 물질인데,오크를 함유한 나무의 껍질, 열매 등에서 많이 나오는 성분이다.
떨떠름한 맛을 내는 와인의 풍미를 살리는 일등공신이면서 와인을 장기보관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중요한 성분이기도 하지만, 편두통을 주로 유발하는 아주아주 고약한 놈이기도 하다.

이 탄닌은  가장 흔한 레드 와인의 주 품종인 Cabernet Sauvignon과 아르헨티나가 주산지인 Malbec, 호주가 주산지인 Syrah 등에 많이 들어 있다. 주로 떫고, 맵고, 무거운 맛을 내는 와인들을 생각하면 되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녀석으로 집에 몇 병을 보관하고 있는데, 불행히도 머리를 아프게 하는 Syrah 와인)

반면 가벼운 Pinor Noir나 남아공의 Pinotage(하긴 피노 누아의 교배종이긴 하다), 또는 이태리의 Sangiobese 등은 상대적으로 탄닌의 함유량이 적어서 별로 두통과는 무관하게 마실 수 있는 품종들로서, 탄닌에 의한 편두통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품종들은 아니다 (그러나, 맛은 좀 많이 가볍긴 하다).

따라서 탄닌의 떫은 맛이 싫거나, 와인을 마신 후 이유를 모르는 두통이 찾아 오는 분들은 이런 녀석들을 마시는 것이 좋겠다. 단, 모든 술은 과음을 하면 머리가 아프니 이 점에 있어서는 위의 품종들도 예외가 없음은 알아 주시기를 바란다.

요즘은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 편두통이 자주 발생해서 좀 괴롭다. 오늘도 머리가 많이 아프기는 하지만, 특별히 뭔가 기념할 일이 있기는 있어서 남아공에서 건너 온 Nederburg을 한 잔 마셨는데, 약간의 취기가 갑자기 머리 속에 있는 와인 얘기를 풀어 놓고 싶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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