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운 일요일~ 오늘 아침 갑자기 찾아 온 최강의 편두통이 이제 좀 잠잠해졌다.

그동안 환자들에겐 늘 응급약 가져다녀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하고서는 정작 나는 약을 챙겨 다니지 않는다는 사실을 오늘에야 알았다.

나는 평소 트립탄 계열의 약을 먹으면 아주 반응이 좋은데, 오늘은 타지에서 약이 없어서 못 먹고 죽을 고생을 했다.

의사로서 나는 환자들께 잔소리는 별로 하지 않는 편인데, 오늘 뼈저리게 느끼고 결심했다.

편두통 환자들은 응급약 가지고 다니도록 심하게 잔소리를 해야겠다.

내일 하양맑은신경과에 오시는 편두통 환자들은 불시에 응급약 소지여부에 대한 소지품 검사를 받으셔야 할 것 같다.


#하양맑은신경과 #편두통 #트립탄 

#딱따구리가머리를쪼아요 #눈앞에별이번쩍 #아지랑이도이뻤어요

#울렁울렁울렁대는아저씨뱃속~~

#빙글빙글빙글돌리지말고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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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증세


- 로버트 그레이브스 -



사랑은 온몸으로 퍼지는 편두통
이성을 흐리게 하며
시야를 가리는 찬란한 얼룩

진정한 사랑의 증세는
몸이 여위고, 질투를 하고,
늦은 새벽을 맞이하는것.

예감과 악몽 또한 사랑의 증상
노크소리에 귀 기울이고
무언가 징표를 기다리는

어두워진 방에서
그녀 손가락의 감촉과
탐색의 눈길을 기다리는 것

용기를 가져라, 사랑에 빠진이여!
그녀의 손이 아니라면
너 어찌 그 비통함을 견딜 수 있으랴?


Love is universal migraine,
A bright stain on the vision
Blotting out reason.

Symptoms of true love
Are leanness, jealousy,
Laggard dawns,

Are omens and nightmares-
Listening for a knock,
Waiting for a sign

For a touch of her fingers
In a darkened room,
For a searching look.

Take courage, lover!
Could you endure such pain
At any hand but her?



시인은 본인이 심한 편두통을 겪었던 것 같습니다.

편두통의 발작기에는 만사가 귀찮고, 정신이 흐리멍텅해지고,,

편두통은 두통 시작 전에 시야 장애나 시각 장애가 동반되기도 합니다.

빛, 소리 또는 냄새에 예민한 경우가 많으며,

깜깜한 방에 누워 있는 것을 편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편두통은 무척이나 괴롭고 참기 어려운 병이지만,

시인은 그 고통마저도 이렇게 멋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켰네요.


저 또한 편두통 환자인지라, 그 고통이 너무도 절실히 와 닿습니다.


많은 편두통 환자들이 두통으로 고생하고 있으시지만,

가끔은 그 고통마저도 아름답게 묘사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만은 꼭 간직하시기를 바랍니다.


경산 하양맑은신경과가 응원하고 도와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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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금요일에는 20대 초반의 젊은 남자 환자가 '편두통'이 있다고 경산 하양맑은신경과를 찾아 왔습니다.


몇 년 전 군대 시절, 여름에 아주 심한 두통이 있었고, 당시 어떤 검사에서도 원인을 찾지 못 했다고 하네요.

이후로도 길게는 몇 년간, 짧게는 며칠간 원인도 모르면서 고생하고 있다가,


한 쪽 머리가 아프니까 편두통이라고 생각을 하고 저희 경산 하양맑은신경과를 찾아 왔는데...

제대 이후 학교에 복학해서 잘 다니고 있는 멋진 청년이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밤에 잘 때 격심한 두통이 안구통과 함께 찾아 와서 잠을 잘 수가 없으며, 

한쪽 눈의 충혈이 동반되었고, 첫 발병 이후에도 가끔 여름이면 비슷한 두통이 찾아왔다고 합니다.


 


이 환자의 두통은 '편두통'이 아니고, '군발성 두통'입니다.


- 군발성 두통은 특정한 시기에 몇 주 정도 집중적으로 발생하며,

- 주로 밤에 심합니다.

- 콧물/눈물 등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으며,

-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 일반적인 진통제로는 잘 치료되지 않으며, 산소 흡입, 트립탄이나 베라파밀, 스테로이드, 그 외의 다른 약제들로 치료합니다.


이 환자의 경우에는 이번 주에 동원예비군 훈련이 있다고 해서, 연기하는 것이 좋겠다고 얘기했습니다만...

제가 처방한 약을 먹고, 내원한 날 밤에는 별 문제 없이 잠을 잘 자고, 두통은 없었다고 하네요.


환자는 예비군훈련을 갈 수 있겠다고 얘기해서, 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소견서랑 약을 챙겨서 다녀 오라고는 얘기했습니다.

지금쯤이면 입소했을 것 같은데...

훈련을 잘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는 합니다.


경산 하양맑은신경과는 국가에 대한 자신의 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는 이 환자가 무사히 잘 훈련을 받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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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럼증

진료실 일기 2014. 12. 5. 13:02

"제가 갑자기 어지러운데, 어지럼증 잘 보는 병원 소개해 주세요"


흔히 검색 사이트나 지역 카페 커뮤니티 등에서 볼 수 있는 질문입니다.

그러면, 이 글에는 어김없이 이런 댓글들이 달립니다.


중풍남 : 어지럼증은 뇌졸중(중풍) 초기 증상입니다. 빨리 대학병원 신경과에 가셔서 치료받으세요.

다욧여왕 : 저는 며칠 빈혈약 먹고 좋아졌어요.

낙장불입 : 00신경과가 전문입니다. 님의 증상은 이석증이라고 귀때문에 생기는 병이니 00신경과에서 몇 번 머리를 돌려 주시면 금새 좋아집니다. 저도 거기서 치료받고 좋아졌어요.

발게이츠 : 저는 00신경과 별로던데요? 계속 치료받다가 안 좋아져서 @@신경과에 갔더니 금새 좋아지더군요. 전 @@신경과 강추요!!"

만수루 : 빌게이츠님, 혹시 알바세여? 제 친구가 @@신경과 갔다가 아주 죽는줄 알았다네여. 전 @@ 비추!! 저 역시 00신경과 강추합니다.

호나우띵요 : 우리 마누라는 나아도 맨날 재발하고, 재발하고... 아주 미치겠습니다. 머리까지 욱씬욱씬 아프다네요...

연아느님 : 어머! 호나우띵요님 부인과 제 증상이 비슷하네여... 근데 저는 머리는 잘 안 아픈데, 귀가 멍멍하면서 소리가 잘 안 들리더라구요... 가뜩이나 어지러운데, 이럴 땐 남친이 귀먹었냐고 구박해서 넘 속상해요. 확 헤어질까봐여...

작업남 : 연아느님, 왠지 이쁘실듯... 혹시 남친이랑 헤어지시면 쪽지 주세요. 연아느님의 병까지 사랑하겠습니다. 


누구는 뇌졸중이라고 하고, 누구는 빈혈이라고 합니다. 누구는 귀에서 생기는 병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누구는 잘 나았다고 하고, 누구는 잘 안 나았다고 합니다.


위에 예를 든 중풍남, 다욧여왕, 낙장불입, 발게이츠, 만수루, 호나우띵요, 연아느님님 말씀, 모두 맞습니다.

(작업남님은 어디서 작업질이신지...)


그러나, 이것이 모두에게 다 맞을 수는 없다는 것이 문제지요...



어지럼증의 원인

어지럼은 단지 증상을 얘기하는 것으로, 어지럼을 일으키는 원인 질환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나 어지럼증 양상의 미묘한 차이는 전문가가 아니면 분석을 하기 어렵습니다.


가장 많은 원인인 속귀(내이)의 질환은 세반고리관(흔히 기억하기 쉽게 그 옆의 달팽이관 이상이라고 많이 설명함)에 이상이 있을 때 나타나는데, 이석증, 전정신경염, 메니에르 병 등의 병이 있습니다.


아마도 추측을 해 보면 낙장불입님은 이석증, 발게이츠님은 치료가 어려운 특이한 타입의 이석증 또는 전정신경염, 만수루님의 친구분은 치료가 쉽지 않은 이석증, 연아느님님은 메니에르병의 가능성이 높겠네요.



또 머리의 이상때문에도 나타날 수 있는데, 중풍남님처럼 소뇌나 뇌간의 출혈 또는 경색, 척추뇌저동맥증후군 (혈액 순환의 장애) 뿐 아니라 뇌종양 등에 의해서도 나타납니다. 이 경우에는 팔다리에 힘이 없어지거나 걸음걸이의 현저한 장애가 동반되거나 발음에 이상이 생기는 등의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호나우띵요님의 부인께서는 편두통에 의한 어지럼증의 가능성이 많겠네요 (저도 편두통 환자라서 호나우띵요님 부인의 아픔을 잘 압니다 ㅠㅠ).



물론 다욧여왕님의 경우처럼 빈혈이 있는 경우, 심장질환이 있는 경우, 당뇨병, 고혈압이나 전립선비대증 치료 약제에 의한 경우 등도 염두에 두고 잘 감별해야 합니다.



어지럼증의 진단

우선 정확한 상담이 우선됩니다.
발병 시간, 지속시간, 자세에 따른 변화, 이전 병력, 다른 질환 유무 등에 대한 꼼꼼한 문진 후에 진찰에 들어가게 됩니다.


진찰시에는 혈압, 맥박 측정, 신경학적 검사 등을 시행하고, 비디오안진검사, 온도안진검사 등을 통해서 눈동자의 움직임을 관찰하게 됩니다.


이후 필요하다면 뇌 MRI, 두개강초음파 등의 검사를 시행할 수도 있습니다.



어지럼증의 치료

중풍남님의 경우 항혈소판제 등으로 치료하고 앞으로도 꾸준히 약물복용을 하면서 생활습관을 개선해서 뇌졸중 예방에 최선을 다 하도록 합니다.


다욧여왕님은 이제 무리한 다이어트는 중단하시고 철분제 복용 및 규칙적으로 영양가 많은 식사를 하셔야겠어요.


낙장불입님의 경우 이석정복술을 받으셨네요. 참 잘 하셨습니다. 이제 재발 방지를 위해서 물을 많이 드시고 고개를 심하게 흔들지 않아야 합니다. 첫 몇 달간은 재발이 아주 많습니다. 그리고, 혹시 저랑 인연이 된다면 증상에 맞는 전정재활훈련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발게이츠님은요... 만약 이석증 중 이석이 세반고리관에 딱 달라붙어 있는 경우라면 그 녀석을 떨어져서 움직이도록 해 준 다음에 제자리에 넣어 줘야 하는데, 이게 잘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엄청나게 고생을 하죠.


또다른 경우로는 전정신경염의 가능성도 있을 것 같은데, 이것은 온도안진검사로 잘 알아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약을 드시고 며칠 안정하셔야 해결되는 병입니다. 처음에 가셨던 00신경과가 별로는 아니었던 것 같구요, 단 한 가지... 그 원장님이 설명은 좀 잘 안 해 주신 것 같아요.


호나우띵요님은 부인께서 편두통 치료를 잘 받도록 해 주세요. 호나우띵요님의 부인께서는 필수적인 검사 외에 두개강초음파 검사를 받으실 필요가 있을 것 같구요, 증상이 있을 때만 약을 드시거나 편두통 예방적 치료를 받으시면 될 것 같네요.


연아느님은 메느에르병일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우선은 식사조절을 잘 하셔야 하는데, 정말 정말 싱겁게 드셔야 합니다. 또한 항히스타민제, 이뇨제 등의 치료가 필요할 수 있고, 심한 경우에는 수술을 하기도 합니다. 남친과 데이트하실 때에도 싱겁게 드시는 것 잊지 마세요.



가장 중요한 점

제가 간단히 가장 대표적인 증례를 정리해 본 것입니다만, 사실 어지럼증의 정확한 진단은 무지 어렵습니다.

꼭 전문가의 진단과 치료를 받아 보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상 경산 하양맑은신경과 개원 예정인 신경과 전문의 이상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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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와인을 참 좋아한다.

그러나, 가끔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와인이 나를 괴롭게 만들기도 하는데, 내가 바로 편두통 환자이기 때문이다.
(신경과 의사도 본인의 편두통을 막을 수는 없다)

레드 와인을 마셔 보면 쌉싸름하고 떨떠름한 맛을 느낄 수가 있는데, 와인을 즐기지 않는 분들은 이 맛 때문에 상당히 와인에 다가가기 어렵지만, 와인에 맛을 들인 사람들이 자꾸 와인잔에 손을 가져 가는 이유도 바로 이 맛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맛의 정체가 바로 탄닌(tannin)이라는 물질인데,오크를 함유한 나무의 껍질, 열매 등에서 많이 나오는 성분이다.
떨떠름한 맛을 내는 와인의 풍미를 살리는 일등공신이면서 와인을 장기보관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중요한 성분이기도 하지만, 편두통을 주로 유발하는 아주아주 고약한 놈이기도 하다.

이 탄닌은  가장 흔한 레드 와인의 주 품종인 Cabernet Sauvignon과 아르헨티나가 주산지인 Malbec, 호주가 주산지인 Syrah 등에 많이 들어 있다. 주로 떫고, 맵고, 무거운 맛을 내는 와인들을 생각하면 되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녀석으로 집에 몇 병을 보관하고 있는데, 불행히도 머리를 아프게 하는 Syrah 와인)

반면 가벼운 Pinor Noir나 남아공의 Pinotage(하긴 피노 누아의 교배종이긴 하다), 또는 이태리의 Sangiobese 등은 상대적으로 탄닌의 함유량이 적어서 별로 두통과는 무관하게 마실 수 있는 품종들로서, 탄닌에 의한 편두통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품종들은 아니다 (그러나, 맛은 좀 많이 가볍긴 하다).

따라서 탄닌의 떫은 맛이 싫거나, 와인을 마신 후 이유를 모르는 두통이 찾아 오는 분들은 이런 녀석들을 마시는 것이 좋겠다. 단, 모든 술은 과음을 하면 머리가 아프니 이 점에 있어서는 위의 품종들도 예외가 없음은 알아 주시기를 바란다.

요즘은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 편두통이 자주 발생해서 좀 괴롭다. 오늘도 머리가 많이 아프기는 하지만, 특별히 뭔가 기념할 일이 있기는 있어서 남아공에서 건너 온 Nederburg을 한 잔 마셨는데, 약간의 취기가 갑자기 머리 속에 있는 와인 얘기를 풀어 놓고 싶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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