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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0.17 취중토크, 와인과 편두통 2
나는 와인을 참 좋아한다.

그러나, 가끔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와인이 나를 괴롭게 만들기도 하는데, 내가 바로 편두통 환자이기 때문이다.
(신경과 의사도 본인의 편두통을 막을 수는 없다)

레드 와인을 마셔 보면 쌉싸름하고 떨떠름한 맛을 느낄 수가 있는데, 와인을 즐기지 않는 분들은 이 맛 때문에 상당히 와인에 다가가기 어렵지만, 와인에 맛을 들인 사람들이 자꾸 와인잔에 손을 가져 가는 이유도 바로 이 맛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맛의 정체가 바로 탄닌(tannin)이라는 물질인데,오크를 함유한 나무의 껍질, 열매 등에서 많이 나오는 성분이다.
떨떠름한 맛을 내는 와인의 풍미를 살리는 일등공신이면서 와인을 장기보관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중요한 성분이기도 하지만, 편두통을 주로 유발하는 아주아주 고약한 놈이기도 하다.

이 탄닌은  가장 흔한 레드 와인의 주 품종인 Cabernet Sauvignon과 아르헨티나가 주산지인 Malbec, 호주가 주산지인 Syrah 등에 많이 들어 있다. 주로 떫고, 맵고, 무거운 맛을 내는 와인들을 생각하면 되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녀석으로 집에 몇 병을 보관하고 있는데, 불행히도 머리를 아프게 하는 Syrah 와인)

반면 가벼운 Pinor Noir나 남아공의 Pinotage(하긴 피노 누아의 교배종이긴 하다), 또는 이태리의 Sangiobese 등은 상대적으로 탄닌의 함유량이 적어서 별로 두통과는 무관하게 마실 수 있는 품종들로서, 탄닌에 의한 편두통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품종들은 아니다 (그러나, 맛은 좀 많이 가볍긴 하다).

따라서 탄닌의 떫은 맛이 싫거나, 와인을 마신 후 이유를 모르는 두통이 찾아 오는 분들은 이런 녀석들을 마시는 것이 좋겠다. 단, 모든 술은 과음을 하면 머리가 아프니 이 점에 있어서는 위의 품종들도 예외가 없음은 알아 주시기를 바란다.

요즘은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 편두통이 자주 발생해서 좀 괴롭다. 오늘도 머리가 많이 아프기는 하지만, 특별히 뭔가 기념할 일이 있기는 있어서 남아공에서 건너 온 Nederburg을 한 잔 마셨는데, 약간의 취기가 갑자기 머리 속에 있는 와인 얘기를 풀어 놓고 싶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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