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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03 Rapport(래포)에 대하여...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참 편리한 세상이 왔다.
내가 궁금해 하는 정보는 간단히 검색어를 입력하면 전문가 수준의 검색이 모두 가능하니까 이 얼마나 편리한가?

그런데, 이런 정보의 발전은 의사들에게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어느 신경통 환자 이야기

실제로 심한 신경통 환자의 예를 들어 보자.
통증의 조절을 위해서 내가 에나폰과 테그레톨이란 약을 환자에게 처방했다면...
약 봉투에는 환자가 처방받은 약물들이 적혀 있다.
무슨 약인지 궁금해서 인터넷에 약 이름을 쳐 본다면...
에나폰은 항우울제로 분류되어 나올 것이고,
테그레톨은 항경련제(간질 약)로 분류되어 나올 것이다.

이 무슨 경우인가?
신경통으로 병원을 갔더니 왜 나를 우울증 환자로 만들고 간질 환자로 만든단 말인가?

환자의 통증이 너무 심해서 울트라셋이라는 진통제를 처방했다면...
환자는 검색을 해 본 후 자신을 암환자로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암성 통증에 사용하는 약이라고 적혀 있을테니까...)

나는 이런 경우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이러저러한 약을 이러저러한 이유로 처방한다고 미리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두통 환자들에게 신경안정제를 처방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이런 설명은 꼭 필요하다.


하나하나 짚어 줄 수는 없는 복약안내서, 그리고 복약지도, 그 후폭풍...

그런데, 약국에서 복약지도라는 명분으로 약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없이, 궁금증에 대해 처방을 한 의사에게 문의도 없이 무성의하게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오는 약 설명을 프린터해서 나눠 주는 경우도 보았다.
이 설명서에는 친절하게도 약의 사진까지 나와 있다.

환자들은 꼼꼼히 설명서를 읽은 후 콩 빼 먹듯이 자신이 먹고 싶은 약만 골라서 먹기도 한다. 

그러고선 왜 자신에게 맞지 않는 약을 처방했냐고 따지거나 또는 약을 먹어도 전혀 낫지 않는다고 불평도 한다.
어느어느 병원에서는 이렇게 약을 처방하더라고 카페같은 곳에 공개를 하기도 한다.


Rapport란? 그리고 위약(placebo)이란?

인간간의 관계 형성을 우리는 rapport라고 부른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 형성이 잘 된 경우에는 밀가루를 먹어도 병이 나을 수 있다.
이것을 위약효과라고 한다.

무성의한 복약지도와 정확하지만 일반적인 약품 정보가 난무하는 이 세상에서 이제 어떻게 rapport를 형성해야 하나?
과거에 약 하나하나를 물어 보면서 혼자 조절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환자들에게는 가루약으로 처방을 내리곤 했는데, 이제는 이렇게 하면 뭔가를 숨기는 의사로 보이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는데...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하나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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