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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0.18 하지불안증후군... 의사로서의 갈등을 부르는 병 3
하지불안증후군 (Restless leg syndrome)의 진단은 참 쉽다.

1. 다리의 감각 이상과 움직이고 싶은 기분
2. 안절부절못함
3. 증상의 악화가 움직임에 의해 잠시 완화됨
4. 주로 저녁이나 밤에 악화됨

이런 네 가지의 특징을 가지고, 주로 다리에 나타나지만, 팔에도 나타날 수도 있고, 드물게는 팔에만 나타날 수도 있는 병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는 만큼만 보인다고, 이 병이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아서 몇 년 간 엉뚱하게 많은 검사를 통해서 진단을 받지 못하고 진통제만 먹으면서 지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오늘 내원한 남자 환자는, 7년간 다른 병원에서 온갖 검사를 다 했지만 원인을 찾지 못하다가 한 달 쯤 전에 나를 찾아와서 프라미펙솔이라는 약을 복용 후 증상이 완전히 사라져서 하지불안증후군으로 확진한 환자인데...

신기하게도 이 환자는 모 대학병원에서 하지불안증후군에 가장 유용한 검사인 수면다원검사까지 시행했으나 진단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물론 수면다원검사로 확인되는 경우가 80% 정도니까 검사에서 이상을 발견하지 못할 가능성도 20%나 된다.

어찌되었든 이 환자나 다른 수없이 많은 환자들이 내가 처방한 약을 먹고 환자가 나아졌으니 참 다행스럽고 뿌듯한 것은 사실이다만, 이 하지불안증후군 환자의 치료에 있어서는 두 가지 갈등이 있다.


첫 번째 갈등
교과서적으로는 하지불안증후군의 치료약은 그야말로 증상에 대한 치료일 뿐 병의 경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므로 확진될 때 까지는 환자의 수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경우 약물을 사용하지 않도록 적혀 있다.
그러나 나는 약물을 먼저 사용 후 그 효과를 보고 지속적인 약물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데...

과연 환자가 얼마나 괴로워하고, 수면에 얼마나 지장을 받는지를 교과서의 저자는 알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면서 내가 하는 의료행위가 적절한가 하는 갈등이 생길 때가 있다.

1주일 처방 후 밝아진 환자의 얼굴을 보면, 1주일간 잠을 푹 잘 잤다고 기뻐하는 환자들을 보면 잘 한 치료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약간은 교과서와 어긋난 느낌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어찌하랴? 우리 병원에는 (비록 80%의 진단율밖에 안 되는 검사지만) 수면다원검사도 시행하지 않으니까...
이렇게 애써 갈등을 잠재워 본다.


두 번째 갈등
대개의 하지불안증후군 환자들은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 동안 다른 병원에서 엉뚱한 치료를 받던 분들이다.

많은 경우에 이전의 다른 치료에 대한 원망보다는 이제야 올바는 치료 방법을 찾았다는데 대해 기뻐 하시지만, 가끔은 다른 병원의 치료에 대해 원망을 하는 분들이 계신다.
이런 환자의 원망을 십분 이해한다만, 다른 병원 선생님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왜나하면, 아직까지 다른 과 선생님들께는 잘 알려지지도 않은 병인 관계로 치료에 반응이 없을 때 어디로 어떻게 의뢰해야할지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인테니까... 그리고 나도 이런 경우가 있을 수 있을테니까...

이런 경우는 잘못 진단한 선생님들의 문제보다는 그동안 이 병에 대해 다른 주위의 선생님들께 설명을 하지 않은 우리 신경과 의사들의 잘못이 더 클 수도 있다고도 생각한다.
이거 참 환자분들께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참 갈등이 생기는 경우이다.

그저, "이 병은 제일 마지막에 본 사람이 명의가 되는 병입니다."라고 얘기하고 환자와 함께 한바탕 웃고 마는데, 뭐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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