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RI'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10.09 행복전도사 최윤희님, 그녀의 죽음 앞에서...

어제 아침, 인터넷에서 그녀의 죽음 소식을 들었다.

평소에 내가 이름을 알고 있던 유명인이 아닌지라 궁금해 하면서 기사들을 검색했고, 그녀의 사진을 볼 수 있었다.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잘 알고 있는 분이었다.
아침마당과 같은 프로그램을 매일 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없지만, 병실 회진을 돌 때 가끔 볼 수 있는 TV에서 희망을 얘기하고 행복을 얘기하던 그녀의 모습을 많은 환자들이 즐겨 보던 모습이 떠 올랐다.

그렇게 희망과 행복을 얘기하던 그녀를 무엇이 죽음으로 내몰았을까?
그렇다면 행복을 전파하던 그녀는 거짓말장이였을까?

부끄럽게도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OECD 가입 국가들 중 최고 수준이며, 특히나 자살은 우울증이 있는 환자들에서 월등히 높게 발생한다.

노인층에서는 젊은 사람에 비해서 우울증의 빈도는 더욱 높아서 무려 30% 정도가 우울증 환자라는 조사까지 있은 실정인데, 노인 우울증 환자의 자살률 또한 젊은 사람에 비해서 최고 5배까지 높다는 보고도 있다.
노인층에서는 신체의 기질적 질병이 있는 경우에 우울증이 더욱 많이 발생하는데, 뇌졸중, 치매, 간질, 파킨슨병, 말초신경병증을 포함한 각종 신경병증 등의 신경과 질환 뿐 아니라 심근경색 후, 호흡기 질환 등 내과적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우울증 유병률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노인층에서의 우울증 치료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우울증 치료는 일차 진료에 있어서의 약제 선택에 제약이 따르고 있는데, 이는 우울증 치료에 있어서 안전한 약제로 인정받고 있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SSRI) 투여시 정신과 외의 다른 과에서는 60일 범위 내에서만 처방을 하도록 하며, 그 이상의 기간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신과에 의뢰하도록 하는 보험 규정 때문이다.


아파 죽겠는데, 아파서 죽을 힘도 없는데...

이런말들은 신체적 질환이 있는 환자들로부터 무수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그렇다. 아프면 정말 우울해진다. 온 몸에 힘이 빠지고, 삶에 의욕이 상실된다.
어쩌면 죽을 힘도 없다는 말이 사실일 수도 있다.

심장이 좋지 않았고, 폐에도 물이 차 올랐다는 그녀-
그녀는 신체의 통증으로 정신적 괴로움이 엄습해 오는 동안에도, 정말 병원에 갈 힘도, 죽을 힘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떠나는 글...

저희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작은 일에도 감사하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2년 전부터 여기저기 몸에서 경계경보가 울렸습니다.
능력에 비해서 너무 많은 일을 하다보니 밧데리가 방전된거래요.
2년동안 입원 퇴원을 반복하면서 많이 지쳤습니다.
그래도 감사하고 희망을 붙잡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추석 전주 폐에 물이 찼다는 의사의 선고.
숨쉬기가 힘들어 응급실에 실려갔고 또한번의 절망적인 선고.
그리고 또다시 이번엔 심장에 이상이 생겼어요.
더 이상 입원해서 링거 주렁주렁 매달고 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혼자 떠나려고 해남 땅끝마을 가서 수면제를 먹었는데
남편이 119신고, 추적해서 찾아왔습니다.
저는 통증이 너무 심해서 견딜 수가 없고 남편은 그런 저를
혼자 보낼 수는 없고, 그래서 동반 떠남을 하게 되었습니다.
호텔에는 정말 죄송합니다. 용서 또 용서를 구합니다.
너무 착한 남편, 미안하고 또 미안할 뿐입니다.
그동안 저를 신뢰해주고 사랑해주신 많은 분들께
죄송 또 죄송합니다. 그러나 700가지 통증에 시달려본 분이라면
저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해주시라 생각합니다.
모든분들께 다시한번 죄송합니다.

2010. 10. 7


그녀의 유서를 보면서 정신을 제압하는 신체적 고통의 크기를 느낄 수가 있다.

그녀가 정신과 치료를 받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나는 알지를 못한다.

그러나 다시금 우리나라의 의료보험 제도를 되돌아 보면...
가장 우수하고 효과적인 항우울제를 처방받기 위해서는 단골로 진료하는 병원 외에 폐에 물이 차올라서 숨이 턱까지 차 오르는 환자들도, 뇌졸중이나 파킨슨병으로 10m를 걸어 가는데도 1분이라는 시간 이상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도 힘든 몸을 이끌고 또다른 정신과를 찾아 가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런 불편함이 다른 환자들도 최윤희님과 비슷한 길로 이끌지는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단 한 명의 환자라도 제도가 그렇게 이끌어서는 되지 않을 일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그녀의 죽음이 많은 신체적 질병으로 인해 고통받고, 이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많은 다른 환자들의 행복을 지키는 초석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그녀가 말하던 행복이 세상 모든 환자들에게 바이러스처럼 전파되었으면 좋겠다.

편안한 곳에서 고통 없이 쉬소서...
Posted by with PE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