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올 해 말까지 입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한 대다수 의사들이 기를 쓰고 반대하는 원격진료를 간단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환자를 모니터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화상정보 및 각종 데이터를 중심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의사가 진단을 하고 처방전을 발행하면, 그 처방전을 가지고 약국에서 약을 타면 되는 시스템"



그런데, 환자의 진단은 시진(눈으로), 청진(귀로), 타진(두드려서), 촉진(만져서)의 진찰이 기본이 되며, 이에 따라서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하다면 각종 진단기기를 통해서 접근하게 된다.


어떤 정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더라도 직접 환자를 대면하는 것에는 정확성이나 안전성이 미치지 못할 수 밖에 없는 이 원격진료에 대해서 정부는 환자의 의료접근성이 확대된다는 점과 이미 많은 선진국에서 원격진료를 시행하고 있다는 논리로 각종 데이터를 제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어디를 가도 (엄청난 시골 오지를 제외하고는) 의료에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이 없다.

실제 중소도시 이상에서는 커피점보다 보기 쉬운 것이 동네 의원이며, 시골 지역에는 보건지소가 읍면 단위로 설치되어 있다.

그러면, 의료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곳은 시골 오지마을을 마지막으로 생각할 수 있겠는데, 과연 이런 곳에서 생활하시는 어르신들이 컴퓨터 시스템에의 접근이 쉬울까 아니면 하루 한 번 들어오는 버스를 이용한 읍면사무소 근처의 보건지소에의 접근이 더 쉬울까?


근처 대도시를 가기 위해 몇 시간씩 차를 몰고 가야 하는 넓은 땅을 가진 다른 나라들과의 비교는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다음으로, 어떻든 원격진료로 처방전을 받았다고 치고 약은 어디서 지어 먹어야 하나?

반드시 약국이 있는 곳까지 가야 하는데, 이 불편은 어떻게 해소할 수가 있나?

택배? 지금껏 의료기관에서 인근 약국에서 약을 대신 받아서 택배로 환자에게 약을 보내는 것은 엄연한 불법인데, 막대한 자본가가 뛰어들 원격의료 시장에서만 택배를 통한 약 배송 서비스를 허용할 것인가? 지금껏 불법이었는데, 그렇게 한다면 정말 친재벌 정부임을 인정하는 꼴이 될거다.




이것이 국가 경쟁력이란다...

우수한 IT 기술을 바탕으로 멋진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필요도 없는) 원격진료 시스템을 구축해서 그 기술이 꼭 필요한 해외 시장을 노리면 국가 경쟁력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시스템에 대한 실험을 왜 국민건강을 담보로 시행해야 하는걸까?

또 이 시스템 개발에 드는 비용은 얼마나 들까? 어느 정도 수준의 기업이 감당할 수 있을까? 중소기업 수준의 IT 회사가 감당할 수 있을까? 답은 누가 생각해도 No가 되겠다.


혹시나 재벌회사, 특히나 헬스케어 시스템이 미래의 화두라고 제시하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재벌기업을 위한 특혜 차원은 아니겠지?




밥그릇싸움 좀 그만하시지?

의사와 약사, 한의사 등등 조무래기들이 서로 물고 뜯는 싸움이라면 밥그릇싸움이라고 얘기해도 될 것같다.

그러나 이것은 동네 곳곳에서 의료의 최일선을 담당하고 있는 의사들과 일부 재벌기업, 재벌병원들과의 싸움이다.

어찌 이를 밥그릇싸움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필요 없는 원격진료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문제고, 이를 만들었더니 별 실용성이 없다면 또 원격진료가 더 편할 수 있도록 만들어서 동네의사들을 고사시킬까봐 솔직히 겁이 난다.


동네 서점도 죽었다. 동네 옷가게도, 슈퍼도 죽었다... 편리한 인터넷 쇼핑몰과 재벌 마트 때문에...

그러나, 원격의료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인터넷 대형서점이나 인터넷 대형 쇼핑몰과는 달리 반품도 안 된다는 점이 특히 중요하다. 사람 몸에 잘못된 진단과 처방은 반품의 시기가 없어진다.




그러면 솔직히 물어 보자. 동네 의사들이 대학병원 의사들보다 잘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나?

물론 그렇다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다.

환자를 만나서 얘기하고, 만져 보고...자신이 치료할 수 있는 환자들은 충분히 잘 치료할 수 있다.


단, 동네 의사 자신의 실력이 아니라 장비나 시스템의 문제로 동네 의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경우에는 2차, 3차 등의 대형 병원으로 환자를 보내는 이것이 의료전달체계이다.


이 체계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리고, 원격진료라는 이름으로 무조건 (어떻게든 더 편리하게 만들어서) 재벌병원, 대형병원으로 환자를 보내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동네 의원들은 말라 죽게 될 것이다.

재벌의 자본력 앞에 동네 의사는 단 한 달도 버틸 수가 없을테니까...



앞으로는 가벼운 감기에도, 배탈에도 쪼르르 찾아갈 수 있는 동네 의원 하나 없이 의료PC방을 찾아서 서울의 유명한 감염내과, 소화기내과 교수님과 화상채팅하듯 대화하는 시대가 온다면...

과연 시민들은 행복해질까? 불행해질까?

이것이 동네 의사들만의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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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요양보험서비스...
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 참 좋은 제도지만 아직까지는 많이 허술하게 운영이 됩니다.

이제 막 시작된지 몇 년 되지 않았으니 보다 정확하게 정착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보다 적합한 곳에 사용되면서 보다 많은 분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좋은 기사가 있어서 링크합니다.


http://media.daum.net/society/newsview?newsid=20120419030104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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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근무력증은 특징적으로 눈꺼풀 근육이 약해지면서 눈처짐이 나타나는 병으로, 점차 진행을 하면 전신의 근육 약화를 보이게 된다.
10만명당 5-6명 정도가 발생하는 드문 병으로서, 여자에게 더 많이 생긴다.

간단히 진료실에서 눈을 계속 깜빡거리게 하거나 위쪽을 1분 정도 쳐다보게 하면 눈이 저절로 감기거나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증상이 생기면 강력히 의심을 하게 되고... 약물 검사나 신경생리학적 검사를 통해서 진단을 하게 된다.
이후 흉선종 동반 여부 등을 가슴 사진을 통해서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수술적 치료, 대부분은 약물치료를 통해서 증상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는 병인데...

오늘 내원하신 50대 여자 환자분은 약 7-8년 전에 '근무력증'으로 진단 받은 후 특별한 치료가 없이 지냈다.
병원에서 '근무력증'으로 진단을 받았는데, 특별한 치료가 필요없다고 들었다고 한다.

눈을 깜빡거리게 하니 20회 정도 하다가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리는 환자!

그래서... 정확한 진단을 무엇으로 들었냐고 다시 여쭤 보니
"?????"
모르신다.

근이영양증이라면 치료가 불가능한 것이 맞지만, 중증 근무력증이라면 치료가 가능할텐데... 아쉽게도 정확한 진단명조차도 모르신다.

다시 중증 근무력증이라는 병에 대해 설명을 하고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린 후 대학병원에 의뢰를 하였는데, 본인의 병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치료가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도 모르는 상태로 몇 년을 살아 왔던 환자를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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