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와인을 참 좋아한다.

그러나, 가끔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와인이 나를 괴롭게 만들기도 하는데, 내가 바로 편두통 환자이기 때문이다.
(신경과 의사도 본인의 편두통을 막을 수는 없다)

레드 와인을 마셔 보면 쌉싸름하고 떨떠름한 맛을 느낄 수가 있는데, 와인을 즐기지 않는 분들은 이 맛 때문에 상당히 와인에 다가가기 어렵지만, 와인에 맛을 들인 사람들이 자꾸 와인잔에 손을 가져 가는 이유도 바로 이 맛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맛의 정체가 바로 탄닌(tannin)이라는 물질인데,오크를 함유한 나무의 껍질, 열매 등에서 많이 나오는 성분이다.
떨떠름한 맛을 내는 와인의 풍미를 살리는 일등공신이면서 와인을 장기보관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중요한 성분이기도 하지만, 편두통을 주로 유발하는 아주아주 고약한 놈이기도 하다.

이 탄닌은  가장 흔한 레드 와인의 주 품종인 Cabernet Sauvignon과 아르헨티나가 주산지인 Malbec, 호주가 주산지인 Syrah 등에 많이 들어 있다. 주로 떫고, 맵고, 무거운 맛을 내는 와인들을 생각하면 되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녀석으로 집에 몇 병을 보관하고 있는데, 불행히도 머리를 아프게 하는 Syrah 와인)

반면 가벼운 Pinor Noir나 남아공의 Pinotage(하긴 피노 누아의 교배종이긴 하다), 또는 이태리의 Sangiobese 등은 상대적으로 탄닌의 함유량이 적어서 별로 두통과는 무관하게 마실 수 있는 품종들로서, 탄닌에 의한 편두통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품종들은 아니다 (그러나, 맛은 좀 많이 가볍긴 하다).

따라서 탄닌의 떫은 맛이 싫거나, 와인을 마신 후 이유를 모르는 두통이 찾아 오는 분들은 이런 녀석들을 마시는 것이 좋겠다. 단, 모든 술은 과음을 하면 머리가 아프니 이 점에 있어서는 위의 품종들도 예외가 없음은 알아 주시기를 바란다.

요즘은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 편두통이 자주 발생해서 좀 괴롭다. 오늘도 머리가 많이 아프기는 하지만, 특별히 뭔가 기념할 일이 있기는 있어서 남아공에서 건너 온 Nederburg을 한 잔 마셨는데, 약간의 취기가 갑자기 머리 속에 있는 와인 얘기를 풀어 놓고 싶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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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약을 많이 먹으면 속을 버린다...
양약은 몸에 해롭다...

주위에서 흔히 듣는 얘기인데, 이 말이 과연 사실일까?

물론 사실이다.
그러나...

참 많이 잘 못 알고 있는 부분들도 많다.

몸에 좋다고 알려진 각종 음식들, 각종 음료들, 각종 건강보조식품들...
모두 과하면 좋을 것이 없는 것들이다. (한약은 잘 모르니까 언급하지 않겠지만...)
그리고, 양약(신약)도 과하면 결코 좋을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 신경과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는 약들 중 가장 중요한 약 세 가지만 언급해 보면...

뇌졸중, 심장질환 치료에 가장 중요하게 사용되는 아스피린버드나무 추출물이고, 
혈류순환 및 말초신경개선에 효과가 있는 타나민, 징코민, 기넥신 등은 은행잎 추출물이다.
그리고, 알츠하이머치매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는 레미닐수선화에서 추출한 약이다.

(사진은 은행잎이 잔뜩 떨어진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어느 공원)

이렇게 식물에서 꼭 필요한 성분을 추출 또는 합성해서 만든 의약품이 어찌 식물을 직접 먹는 것보다 해로울 수 있을까? 꼭 필요한 성분만을 연구를 거듭해서 추출한 것이 의약품인데...

임의로 먹는 약은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고, 때에 따라서는 독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정확한 처방에 의해 정확히 복용하는 의약품은 약이지 독이 될 수가 없다는 것을 왜 모를까? 누가 알려주지 않아서? 아니면 그렇게 믿고 싶지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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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이 주위를 보고 균형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기관은 눈, 귀, 그리고 머리가 있다.

이 중 어느 하나에라도 이상이 생기면 어지럼증이 유발될 수가 있는데, 그 중 귀, 특히 세반고리관에 문제가 생겨서 어지러운 경우가 가장 많이 있다.
그리고, 가장 위험한 경우라고 하면 역시 머리에 생기는 뇌졸중, 뇌종양 등에 의한 어지럼증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귀에 의한 어지럼증이 대부분의 경우 머리에 의한 어지럼증보다 훨씬 증상이 심하다는 것이다.
귀로 인해서 어지럼증이 발병하여 내원한 경우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머리 MRI 검사를 권유하면 대부분이 잘 응하지만, 머리에 의한 경우에는 MRI가 더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비용 등의 문제로 잘 응하지 않는 분들이 허다하다.

또 어지럼증이 발병한 경우 속이 메스껍고 토하는 증상 등이 동반되기 때문에 체해서 어지러운 것이라고 스스로 진단하고 이에 대한 치료만 요구해서 의사를 난감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것은 꼭 알아 주시면 좋겠다.
의사가 필요에 의해서 검사를 권유하는 경우에는 꼭 시행하는 것이 좋겠다고...



이 환자의 경우 입원 당시부터 뇌간경색이 의심되었으나 경제적 이유로 MRI 검사를 거부하다가 설득 끝에 시행하게 된 환자이다.
붉은색 네모로 표시된 부분이 좌측 뇌간부위에 뇌경색이 온 것을 보여주는 부분인데, 검사를 시행하고 있는 도중부터 점차고 우측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발생하였고, 이후 적절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위약감이 후유증으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조금만 더 치료가 빨랐더라면 어땠을까를 생각해 볼 때 검사 시행을 설득했던 두 시간이 너무 아까운 시간이다.













이 환자의 경우 내원 3일쯤 전에 농약을 치고 난 이후 어지러운 증상이 발생했다고 내원한 환자이며, 농약에 취한 것 같다는 얘기를 하였다.
내원 당시 발음이 어둔하였으며, 소뇌기능의 저하와 심한 두통이 있어서 뭔가 큰 병이 있을 것으로 판단되어 MRI 검사를 시행한 경우인데...

불행히도 엄청나게 큰 사이즈의 악성 뇌종양이 발견되었다.

이후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에서 뇌수술을 받았지만, 안타깝게도 경과가 좋지는 않은 상황이다.




 



인터넷에서 각각의 증상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을 하면 또 이 글을 읽고 스스로 진단해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급적 이런 부분은 신중하고자 한다. 

그러나, 어지럼증이 생각보다 위험한 병에 의해 나타나는 증상일 가능성도 많다는 것은 꼭 얘기하는것이 좋겠다. 그리고, 위 두 분의 환자분들이 최근 두 달 사이에 있었던 경우일 정도로 드문 일도 아님을 아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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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 의사이자 작가인 올리버 색스가 지은 뇌와 음악에 관한 이야기, 뮤지코필리아 -
이전의 여러 작품들과 같이 자신이 진료한 환자의 이야기를 재미있는 설명과 함께 풀어 가는 형식이다.

다른 작품들도 참 재미가 있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작가와 같은 신경과 의사로서 볼 때 이 책은 이전의 다른 책들에 비해서 훨씬 일반인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다가올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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