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

워낙 흔하게 경험하는 일이다만...
가끔 버릇 없이 구는 아이들이나 진료실에서 심하게 우는 아이들의 보호자가
"울지 마! 그러면 주사준다." 라고 얘기하는 경우가 있다.

우는 아이들을 달래서 진료를 하는 것은 의사들의 몫이다. 보호자의 몫이 아니다.
그렇지만, 병원에서 운다고 주사를 주지는 않는다.

버릇 없는 아이들을 혼내 주는 일은 부모의 역할이지 결코 의사나 그 외 병원 직원의 일이 아님을 좀 알아 주면 좋겠다.
왜 부모는 혼을 내 주지 못하는 아이에게 병원에서 주사를 준다고 겁을 주는가?

비슷한 경우로, 공공장소에서 떠들고 예의없이 구는 아이를 야단칠 때... 
"너 그러면 저 아저씨가 혼 내 준다."라는 식으로 아이를 겁주는 부모가 있다.
난 이런 부모를 보면, 그 부모를 혼내 주고 싶다.


사례 2. (어느 다른 정형외과 선생님의 트위터에서 옮긴 글)

진료실에 들어온 아이가 울고 있으니까...
"00야, 울지 마, 엄마가 선생님 혼 내 줄께..." 라고 얘기하였단다.
진료실에 들어오면 아이가 겁 먹는 것은 당연한 일, 우는 일도 흔한 일인데...
그렇다고 의사가 부모에게 혼나야 하나? 

이쯤 되면 그 부모가 혼나야 하는 경우가 아닌가?
연세가 지긋한 편은 아니었지만, 누가 봐도 그 보호자보다는 나이도 많은 선생님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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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 의사이자 작가인 올리버 색스가 지은 뇌와 음악에 관한 이야기, 뮤지코필리아 -
이전의 여러 작품들과 같이 자신이 진료한 환자의 이야기를 재미있는 설명과 함께 풀어 가는 형식이다.

다른 작품들도 참 재미가 있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작가와 같은 신경과 의사로서 볼 때 이 책은 이전의 다른 책들에 비해서 훨씬 일반인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다가올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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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전 퇴원했던 환자를 진료한 것은 어제였다.

어제 새벽에는 응급환자가 있어서 잠을 잘 못 자고 몹시 피곤한 상태였지만, 나름대로 어제의 진료에 문제가 있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데..

진료실에 들어오셔서 반갑게 인사하고, 엑스레이 촬영을 하고, 지난번 사진과 비교해서 설명도 해 드렸다.

물론 사진을 보면서 설명을 해 드리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구차하게 변명을 하자면, 요즘은 필름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나를 향해 있는 모니터에 영상이 뜨기 때문에 꼭 사진을 보고자 하는 분이 아니라면 그냥 말로만 설명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집에서 어떻게 생활하셔야 하는지도 설명을 했고... 앞으로는 뭘 조심해야 하는지도 설명을 해 드렸다. 그리고 웃으면서 헤어졌다.

 

오늘 오전에 그 환자의 보호자(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제 진료로 인해서 기분이 나쁘다고 했다. 내가 환자를 너무 보기 싫어 하는 듯 하다고 한다. 설명도 못 들었다고 했다.

어머님(환자)께 충분히 설명하고 만족하고 나가시지 않았냐고 하니까, 그건 어머니가 그렇고 본인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왜 진료 할 때 궁금한 것을 물어보지 않았냐고 하니까 어머니 계신데, 어머니께서 말씀을 다 하고 계신데 어떻게 물어보냐고 한다.

그럼 나는 언제 어떻게 이 보호자를 만족시켜야 하는걸까? 진료실에서는 아무 질문도 없었고, 환자는 웃으면서 나가셨는데... 따로 보호자를 불러서 설명을 해야 하나? 환자에게 비밀로 해야 할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원인이 어찌되어서 경과가 어찌되었든 불만을 가지신다면 분명 내게 잘못이 있었겠지? 물론 그렇지 않은 막무가내같은 환자나 보호자도 참 많다만, 이 보호자는 그렇지는 않았으니...

 

오늘은 오랫만에 다시 이 영화나 한 번 봐야겠다.

아담스 선생님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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