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동유럽 여행 중 헝가리에서 먹었던 굴라슈라는 스프의 맛에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일종의 고기 스프인데, 맛이 좋고 안 좋고를 떠나서 그 짠 맛은 끔찍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스프나 국물로 된 음식에서 짠 맛이 느껴진다면 그 염분의 양은 엄청나다.

날씨가 추워지면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기 마련인데, 우리가 그다지 짜게 느끼지 않는 음식인 칼국수 한 그릇이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 중에서 염분 함량이 가장 높다는 사실은 참 놀랍기 그지없다.

(사진  출처 : 대구의 유명 맛집 블로거 조춘대사님의 블로그, http://cjhdrin.blog.me/ )

그동안 라면 등과는 달리 칼국수를 먹으면서 그다지 짜다고 생각해 본 적은 별로 없을 것이다만, 심심한 국물에 맛을 더하기 위해서는 염분이 필수이기 때문에 칼국수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염분이 포함되어 있다.

심지어는 칼국수에는 참 많이 짭조름하다고 느끼는 할아버지가 그려져 있는 감자칩이나 햄버거, 피자 등 보다도 훨씬 많은 염분이 들어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뇌졸중 발생은 서양에 비해서는 낮은 편인데, 음식을 싱겁게 먹기 때문은 절대로 아니며, 상대적으로 육류 소비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점차로 육료 소비가 늘어나면서 한국적인 국물음식의 소비는 줄지 않는 우리나라의 향후 뇌졸중 발생율은 아마도 충격적인 수준이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실제로 짜디 짠 굴라슈를 즐겨 먹으며, 소시지 등 육류를 즐겨 먹는 헝가리가 세계에서 뇌졸중 발생율이 1위이다.

짠 맛은 우리의 미각을 즐겁게 해 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면 어떤 방법으로 소금 섭취를 줄일 수 있을까?

국물 음식을 줄이고, 맛있는 전을 먹을 때도 직접 간을 하는 것 보다는 오히려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면 섭취되는 염분의 양은 훨씬 줄어든다.
그리고, 국이나 찌개에는 소금보다는 간장으로 간을 할 때 염분의 섭취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된장찌개, 김치찌개, 순두부찌개, 소고기국, 우거지해장국, 미역국, 칼국수, 수제비... 참 맛있는데, 이거 끊을 수도 없고, 맛 없게 먹을 수도 없고... 참 고민스럽다.
Posted by with PEN
,

어제 아침, 인터넷에서 그녀의 죽음 소식을 들었다.

평소에 내가 이름을 알고 있던 유명인이 아닌지라 궁금해 하면서 기사들을 검색했고, 그녀의 사진을 볼 수 있었다.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잘 알고 있는 분이었다.
아침마당과 같은 프로그램을 매일 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없지만, 병실 회진을 돌 때 가끔 볼 수 있는 TV에서 희망을 얘기하고 행복을 얘기하던 그녀의 모습을 많은 환자들이 즐겨 보던 모습이 떠 올랐다.

그렇게 희망과 행복을 얘기하던 그녀를 무엇이 죽음으로 내몰았을까?
그렇다면 행복을 전파하던 그녀는 거짓말장이였을까?

부끄럽게도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OECD 가입 국가들 중 최고 수준이며, 특히나 자살은 우울증이 있는 환자들에서 월등히 높게 발생한다.

노인층에서는 젊은 사람에 비해서 우울증의 빈도는 더욱 높아서 무려 30% 정도가 우울증 환자라는 조사까지 있은 실정인데, 노인 우울증 환자의 자살률 또한 젊은 사람에 비해서 최고 5배까지 높다는 보고도 있다.
노인층에서는 신체의 기질적 질병이 있는 경우에 우울증이 더욱 많이 발생하는데, 뇌졸중, 치매, 간질, 파킨슨병, 말초신경병증을 포함한 각종 신경병증 등의 신경과 질환 뿐 아니라 심근경색 후, 호흡기 질환 등 내과적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우울증 유병률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노인층에서의 우울증 치료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우울증 치료는 일차 진료에 있어서의 약제 선택에 제약이 따르고 있는데, 이는 우울증 치료에 있어서 안전한 약제로 인정받고 있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SSRI) 투여시 정신과 외의 다른 과에서는 60일 범위 내에서만 처방을 하도록 하며, 그 이상의 기간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신과에 의뢰하도록 하는 보험 규정 때문이다.


아파 죽겠는데, 아파서 죽을 힘도 없는데...

이런말들은 신체적 질환이 있는 환자들로부터 무수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그렇다. 아프면 정말 우울해진다. 온 몸에 힘이 빠지고, 삶에 의욕이 상실된다.
어쩌면 죽을 힘도 없다는 말이 사실일 수도 있다.

심장이 좋지 않았고, 폐에도 물이 차 올랐다는 그녀-
그녀는 신체의 통증으로 정신적 괴로움이 엄습해 오는 동안에도, 정말 병원에 갈 힘도, 죽을 힘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떠나는 글...

저희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작은 일에도 감사하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2년 전부터 여기저기 몸에서 경계경보가 울렸습니다.
능력에 비해서 너무 많은 일을 하다보니 밧데리가 방전된거래요.
2년동안 입원 퇴원을 반복하면서 많이 지쳤습니다.
그래도 감사하고 희망을 붙잡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추석 전주 폐에 물이 찼다는 의사의 선고.
숨쉬기가 힘들어 응급실에 실려갔고 또한번의 절망적인 선고.
그리고 또다시 이번엔 심장에 이상이 생겼어요.
더 이상 입원해서 링거 주렁주렁 매달고 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혼자 떠나려고 해남 땅끝마을 가서 수면제를 먹었는데
남편이 119신고, 추적해서 찾아왔습니다.
저는 통증이 너무 심해서 견딜 수가 없고 남편은 그런 저를
혼자 보낼 수는 없고, 그래서 동반 떠남을 하게 되었습니다.
호텔에는 정말 죄송합니다. 용서 또 용서를 구합니다.
너무 착한 남편, 미안하고 또 미안할 뿐입니다.
그동안 저를 신뢰해주고 사랑해주신 많은 분들께
죄송 또 죄송합니다. 그러나 700가지 통증에 시달려본 분이라면
저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해주시라 생각합니다.
모든분들께 다시한번 죄송합니다.

2010. 10. 7


그녀의 유서를 보면서 정신을 제압하는 신체적 고통의 크기를 느낄 수가 있다.

그녀가 정신과 치료를 받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나는 알지를 못한다.

그러나 다시금 우리나라의 의료보험 제도를 되돌아 보면...
가장 우수하고 효과적인 항우울제를 처방받기 위해서는 단골로 진료하는 병원 외에 폐에 물이 차올라서 숨이 턱까지 차 오르는 환자들도, 뇌졸중이나 파킨슨병으로 10m를 걸어 가는데도 1분이라는 시간 이상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도 힘든 몸을 이끌고 또다른 정신과를 찾아 가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런 불편함이 다른 환자들도 최윤희님과 비슷한 길로 이끌지는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단 한 명의 환자라도 제도가 그렇게 이끌어서는 되지 않을 일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그녀의 죽음이 많은 신체적 질병으로 인해 고통받고, 이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많은 다른 환자들의 행복을 지키는 초석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그녀가 말하던 행복이 세상 모든 환자들에게 바이러스처럼 전파되었으면 좋겠다.

편안한 곳에서 고통 없이 쉬소서...
Posted by with PEN
,
우리 몸이 주위를 보고 균형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기관은 눈, 귀, 그리고 머리가 있다.

이 중 어느 하나에라도 이상이 생기면 어지럼증이 유발될 수가 있는데, 그 중 귀, 특히 세반고리관에 문제가 생겨서 어지러운 경우가 가장 많이 있다.
그리고, 가장 위험한 경우라고 하면 역시 머리에 생기는 뇌졸중, 뇌종양 등에 의한 어지럼증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귀에 의한 어지럼증이 대부분의 경우 머리에 의한 어지럼증보다 훨씬 증상이 심하다는 것이다.
귀로 인해서 어지럼증이 발병하여 내원한 경우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머리 MRI 검사를 권유하면 대부분이 잘 응하지만, 머리에 의한 경우에는 MRI가 더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비용 등의 문제로 잘 응하지 않는 분들이 허다하다.

또 어지럼증이 발병한 경우 속이 메스껍고 토하는 증상 등이 동반되기 때문에 체해서 어지러운 것이라고 스스로 진단하고 이에 대한 치료만 요구해서 의사를 난감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것은 꼭 알아 주시면 좋겠다.
의사가 필요에 의해서 검사를 권유하는 경우에는 꼭 시행하는 것이 좋겠다고...



이 환자의 경우 입원 당시부터 뇌간경색이 의심되었으나 경제적 이유로 MRI 검사를 거부하다가 설득 끝에 시행하게 된 환자이다.
붉은색 네모로 표시된 부분이 좌측 뇌간부위에 뇌경색이 온 것을 보여주는 부분인데, 검사를 시행하고 있는 도중부터 점차고 우측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발생하였고, 이후 적절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위약감이 후유증으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조금만 더 치료가 빨랐더라면 어땠을까를 생각해 볼 때 검사 시행을 설득했던 두 시간이 너무 아까운 시간이다.













이 환자의 경우 내원 3일쯤 전에 농약을 치고 난 이후 어지러운 증상이 발생했다고 내원한 환자이며, 농약에 취한 것 같다는 얘기를 하였다.
내원 당시 발음이 어둔하였으며, 소뇌기능의 저하와 심한 두통이 있어서 뭔가 큰 병이 있을 것으로 판단되어 MRI 검사를 시행한 경우인데...

불행히도 엄청나게 큰 사이즈의 악성 뇌종양이 발견되었다.

이후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에서 뇌수술을 받았지만, 안타깝게도 경과가 좋지는 않은 상황이다.




 



인터넷에서 각각의 증상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을 하면 또 이 글을 읽고 스스로 진단해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급적 이런 부분은 신중하고자 한다. 

그러나, 어지럼증이 생각보다 위험한 병에 의해 나타나는 증상일 가능성도 많다는 것은 꼭 얘기하는것이 좋겠다. 그리고, 위 두 분의 환자분들이 최근 두 달 사이에 있었던 경우일 정도로 드문 일도 아님을 아울러...


Posted by with PEN
,